새로운 유행병이 밀려오는가

만성피로증후군의 정체

자신이 활동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개인사업가 K씨(41)는 요즘 매사에 의욕이 없고 눕고만 싶다. 그러나 푹 쉬었다고 생각해도 피로감은 가시지 않고, 두통이 잦으며 전신이 욱신욱신거리는 증상을 1년 넘게 앓고 있다. 그는 사업체를 정리해야 했다.

두 자녀를 둔 가정주부 S시(35), 그녀는 요즘 아파트 베란다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통은 물론 관절마다 쑤시고 가슴이 답답하며 만성피로를 가지고 있다. 쾌활한 편이었던 그녀는 2년 전부터 찾아온 이런 증상 후 짜증을 잘내게 되었고 우울해져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는 두 자녀를 최근 친정집에 맡겨야 했다.

이들은 '만성피로증후군(CFS:Chronic Fatigue Syndrome)'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처음 이런 증상들이 찾아왔을 때 과로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약을 먹고 푹 쉬었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후 이 병원 저 병원 유명하다는 병원에서 세밀하게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뇌에 염증이 일어난 CFS환자의 MRI사진

병명 모른 채 앓고 있는 환자들 많아

혈액검사를 비롯 요검사ㆍ흉부엑스선검사ㆍ심전도 검사ㆍ분변검사ㆍ혈압측정검사ㆍ 마지막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ㆍ신경쇠약증은 아닌지 정신과적 진찰까지 받아보았지만 그들에게서 어떤 질환도 찾아 내지 못했다. 모든 게 정상이란 판정. 그래서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내려진 진단명이 바로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여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일반인들은 피로와 만성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다른 질병인 만성피로증후군을 혼동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음주,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은 일상적으로 피로를 일으킨다. 이같은 '일상피로'는 현대인의 또 다른 얼굴로써 대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해소 할 수 있다.

만성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 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를 말한다. 육체적인 에너지 고갈, 또는 인체조직이 과도한 활동으로 혹사된 탓에 생활 상의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인 만성피로는 수면문제나 정신적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육체 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은 만성피로를 동반하는 육체적 질환이 수없이 많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이란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무력감을 느끼고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기며 심해지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질환을 말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전신 쇠약과 우울증, 통증 등을 동반한 원인모를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발생원인으로는 그동안 여러가지 설이 거론되었지만 최근에는 인체에 누적돼 온 공해물질이 뇌와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만성피로를 부른다는 면역질환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총체적으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 이유없이 병적으로 피곤한 사람들이 서양의학계에 꾸준히 보고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미국에서는 여러번에 걸쳐 대규모 환자가 발생, 지난 87년부터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하고 발생기전과 치료법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88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이 병에 대한 진단기준을 공표한 바 있다.(박스기사 참조).

이 병이 비교적 잘 알려진 미국에서도 91년 걸프전에 참가했던 수많은 군인들이 이 병과 같은 증상을 호소해 와 미 정부가 국립보건연구소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케하여 정식조사를 벌였다. 이 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걸프전 참전 군인들이 명백히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규명이나 병명을 정하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걸프전증후군'이라고 명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이 앓고 있는 병도 만성피로증후군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해 이 병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정의와 해답이 없다. 한때는 EB 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등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설이 주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최근 미국질병통제센터에서는 '현대인이 각종 공해요소에 장기간 노출돼 생활하면서 몸에 누적된 공해물질이 뇌와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만성피로와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면역질환이다'라고 규정했다.

면역질환, 잠재된 환자가 더 많다.

즉, 현대병이자 문명병이라는 진단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부터 이 병의 발생이 보고되고 연구되기 시작한것도 그들이 잘 정비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의료선진국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더 오랜 시간 환경오염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성피로증후군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박태홍CFS센터'를 개원한 박태홍 원장은 "심한 환경오염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온 것이 이 병의 정체"라고 하면서 "면역력의 과대활성화와 에이즈 같이 면역저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이 병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미국에서 지난 20여년 간 내과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미국에서 미국연구진과같이 병을 연구해왔다고 한다. 그가 5년전귀국 진료를 시작하면서 확인한 환자 수도상당한숫자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 이 숫자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던 종래 의료계의 의견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

그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병명조차 모른 채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이 다른 병명으로 진단되어 엉뚱한 치료를 받고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원장에 따르면 현재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 대한 치료는 뇌혈류의 정상여부를 가리는 스펙스캔과 MRI, 혈액검사 등으로 정밀진단을 한후 결과에 따라 6개월 이상의 면역주사요법과 엠플리겐약물주입, 약물경구요법 등을 적용한다. 그러나 의료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의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의는 공식적인 통계수치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 "CFS를 연구하는 의학자들 사이에서는 미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이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며 "우리 현대인은 이 만성피로 증후군을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고 단지 그 증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만성피로 증후군과 환경병

본인이 일년 반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은 공해에 의한 병이라고 말했을 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일년 반이 지난 지금 이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그러나 대단한 두려움 속에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2년 전에 발표한 사실, "만성피로증후군은 지금 현재 가장 빨리 퍼지고 있는 대 유행병"이라는 발표를 믿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신문과 방송에서 이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잘못된 지식들이 전달되는 것을 무수히 목격했다. 이렇게 중대한 면역질환이, 그것도 대량으로 환자들이 발생하는 데도 어떻게 현대화된 사회에서 그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알수가 없었다. 나는 이 병이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운이 좋아서 안 걸리는 그런 병이 아니라 세기말적인 병, 즉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그런 병이 아닌가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렇다. 이 병은 언제 누구를 덮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병인 것이다.

이 만성피로 증후군은 우리의 성급한 산업개발이 오염시킨 우리 자연과 대기오염의 결과이고, 성급한 현대인들이 무차별 사용하는 화학물질들이 불러온 것으로 현대인의 현대병인 것이다.

한마디로 이 만성피로는 심한 환경오염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온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병의 문제는 우리 몸을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해야 할 항바이러스 기능이 과대활성화 되면서 우리 몸안의 M-RNA라는 중요한 물질까지도 파괴하는 데 있다.

이 M-RNA의 파괴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인 홀몬생산 기능, 소화액의 생산기능, 뇌 전달물질의 생산 등에 이상을 가져온다. 즉 한의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전부 저하가 되는 것이다.

나는 흔히 우리 환자들한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이 병은 당신만의 병이 아닌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병이고 단지 당신은 조금 먼저, 조금 심하게 가지고 있는 것 밖에는 차이가 없다고. 우리는 모두들 가슴에 언제 폭발할지를 모르는 폭약을 안고 살고 있다. 그 폭약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실체의 얼굴인 것이다.

전형적인 증상이 너무나 똑같아

우리가 가장 쉽게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를 발견하는 방법은 겉은 멀쩡한데 항상 몸살같은 증상, 즉 근육통ㆍ요통ㆍ두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또 많은 돈을 써도 진단명이 없이 비실거리고 조금만 운동을 하거나 무리를 하면 며칠씩 자리에서 못 일어나는 사람들, 그러다가 상당수는 병원에서 정신과로 보내져 우울증이나 성격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면 거의 이런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인 것이다.

이들의 전형적인 증상은 너무나도 똑같아서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첫째 이들은 심한 피로감을 호소를 하고 조금만 자기의 도를 넘는 일을 하면 갑자기 힘이 빠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못하고 학생들은 휴학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다음은 인지능력의 이상이 거의 모든 환자에게 온다. 기억력이 심하게 감퇴하고 특히 건망증이 심해져서 집중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금방 읽었던 것도 기억을 해낼수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다음은 심한 수면장애를 가지고 온다. 초기에는 대게 잠을 너무 자는 수면과잉 상태가 되고 그러다가 만성상태가 되면 아무리 피로해도 잠을 잘 들 수가 없다. 별로 좋지 않은 꿈으로 밤을 새거나 누가 조금만 바스락 거려도 깨거나 혹은 밤에 너무 자주 소변을 보아야 되기에 잠을 잘 들수가 없고 아침이면 영 잠을 안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흔히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데 눈 뒤가 아프거나 머리 뒤가 아픈것이 특징이고 흔히 환자들은 진통제를 집안에 박스로 사놓고 먹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온 머리가 다 아픈 경우도 있고 꼭 누가 사방에서 머리를 조여오는 것 같이 아프다.

그리고 이들은 흔히 심한 현기증 어지러움증을 느껴서 갑자기 앉았다가 일어나면 눈앞이 캄캄하거나 비틀거리는 경우가 흔하고 길을 걸어도 몸의 중심을 잘 잡지를 못해서 구름위를 걷는 것 같다.

흔히 이들은 손발이 저리고 약간의 마비증세가 간혹 오는 수가 있다.

눈은 피로하면 침침해지고 그래서 흔히 환자들은 안경을 자주 바꾸는 경우가 많다. 또는 환자는 술에 갑자기 약해져서 조금만 마셔도 잠을 자야 한다든지 뒷날 숙취가 대단히 심하다. 환자들은 향수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대단히 예민해서 머리가 아프던지 구역질까지 한다.

그리고 관절이나 근육이 흔히 아픈데 통증이 온몸을 돌아 다니면서 아픈 것이 특징이고, 류마치스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달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근육통은 흔히 어깨 목뒤 등줄기가 땡기고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이 목 디스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그 원인을 찾지를 못하고 부정맥이 흔하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숨이 차고 이것 또한 검사를 하여도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또한 성욕이 대단히 줄고 아예 생각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하더라도 그 즐거움을 느끼지를 못해서 기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의 기복이 대단히 심해서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사람이 변했다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짜증을 잘 낸다든지 우울증이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고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 환자는 거의 없다.

흔히 환자들은 말을 할 때 발음이 분명하지를 않거나 혀를 움직이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느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를 피하는 경향이 있고 감기나 독감의 증세가 계속해서 반복하여 오거나 음식의 변화 없이도 몸무게가 자주 변한다.

흔히 소변을 보아도 시원하지를 않고 자주보고 싶고 여자들은 오줌소태나 방광염이 자주 걸린다. 흔히 이들은 머리가 자주 빠지거나 대머리인 경우가 많고 허리가 자주 아프고 허리 디스크나 방광염 혹은 관절염의 진단을 받고 있는 것이 흔하다.

환자들의 주의사항과 치료법

이 병의 치료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이 병의 주요 원인인 M-RNA의 파괴는 간의 기능저하와 그로 인한 혈당조절 기능의 손상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밥같은 탄수화물보다는 혈당조절 기능이 강한 고단백 식사를 그것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화학물질이나 약에 과민반응이 있으므로 환자들은 되도록이면 약을 피하고 필요하면 보통정상인의 2분의 1이나 3분의 1만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급성상태나 재발을 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있어 심한 운동은 극약처방과 같아서 절대 삼가해야 한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때 처음에는 산책부터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피로를 느끼면 곧 중단해야 한다. 환자들이 꼭 알아야 할 명언은 "LISTHEN YOUR BODY - 즉 몸의 말을 잘 들어라"하는 것이다. 피로를 느끼면 언제 어디서라도